2010년 02월 01일
순 간,눈사람 이야기.73
지금 이 시각에도
어느 곳에선가 임종을 앞둔 젊은이
또는 망망대해에 빠져
점점 기운이 지쳐가는 어부들
디스커버리 채널의
그 모든 조난자들이라고 생각해
네가 바로 지극한 고통과
극복의 찬스에 있다고 말이야
드라마틱한 삶이란
즐거움과 비통으로 비벼져 있는 것
골이 깊듯 봉우리는 높고
지나고 나면 명작이 된다
~~~~~~~~~`
그 긴급 전화는 새벽 3시에 걸려왔다.
그런 시각에 소란을 피우는 전화치고 반가운 소식이란 드문 법이다.
남편은 처음에 무척이나 졸린 음성이었지만 잠시 후 불이라도 붙은 듯 급히 옷을 꿰어 입고 주차장으
로 내려갔다. 지옥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지옥은 정말 화가 났다. 그러나 지옥에게도 두 가지
방법은 있었다. 비교적 친숙한 사이인 남편의 친이모,노처녀로 늙은 그 시이모에게 물어보든가 한 아
파트의 남 우에게서 명이 외삼촌의 전화번호를 알아보는 것이었다. 시댁의 일이든 명이의 사고든 두
사람은 이리저리 물어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. 이젠 직장도 없어 경제력이 별로인 시이모는 은연중
시댁 전체의 왕따를 받고 있다. 그래서인지 지옥에게조차 의지하려고 들었다.
"뭐라고? 나도 전혀 모르겠는데...직장 일이겠지,뭐."
낮과 밤을 거꾸로 사는 시이모는 혼자 케이블 드라마를 보고 있었던 듯 뭔가 입에서 우물거리며 나른
하게 대답한다. 그러나 직장에 전화를 걸어보거나 남 우에게 올라가기는 너무나 이른 시각이었다. 답
답해진 지옥은 동생인 나옥에게 별 기대도 않고 전화해보았는데 왠일인지 당장 나옥이 수화기를 집어
든다. 그러더니 자신이 직접 지옥에게 찾아오겠다고 했다. 중반에 접어든 임신부의 몸으로 한밤중에
자가용을 운전해 찾아오다니? 자신의 일,즉 명이 건에 골몰하느라 미처 챙기지 못 했던 나옥이다.
집에만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지옥은 휴대폰을 손에 들고 아파트 현관으로 나가본다.
그런데 약 30분 후 다시 나옥의 울부짖는 듯 한 전화가 걸려왔다. 자신이 차를 몰고 오다가 조금은 외
진 찻길에서 그만 길고양이 한 마리를 치어버렸다는 것이다. 하필이면 왜 고양이일까. 그 지점이라면
지옥도 좀 으스스해지는 장소로서 가파른 산자락이라 낮에도 멧돼지가 내려왔다는 곳이다.
지옥은 한참이나 망서리다가 할 수 없이 남 우에게 전화해본다. 징징 울면서 운전하고 전화하는 동생
을 데리러 가기엔 혼자선 너무 두려웠다. 고양이가 정말 한 마리일까. 주인을 잃은 짐승들은 무리를 지
어 다닌다. 도심이라도 밤엔 정녕 낯선 무법천하가 되는데 이 곳은 살짝 변두리에 가까운 동네였다.
통화 연결음이 한참이나 울려도 반응이 없어 꺼버리려는데 그 순간 남 우가 비교적 맹숭한 목소리로
전화를 받아준다. 초저녁 잠이 많은 종달새 형 남 우는 지금쯤 기상하여 잠시 목욕도 하며 쉬다가 다
시 조금 잔 다음 출근하고 있단다. 자영업인 만큼 스케쥴이 남편보다는 융통성이 있을 것이다.
자다 출동한 사람같지 않게 점퍼에 모자까지 단정히 착용하고 나온 남 우는 지옥과 같이 차를 달려 나
옥을 만나 그녀를 달래가지고 집으로 다 같이 들어왔다. 뜨거운 녹차를 불어 마시는 동안 나옥은 상당
히 진정되고 있었다. 직접 가보니 그 곳엔 정말 개도 몇 마리 설렁거리고 있어 남 우와 같이 간 것은 탁
월한 판단같았다.
"혹시 명이 외삼촌 번호 아세요?"
"그야...무슨 일인데요?"
"명이한테 뭔 일이 생겼나 해서요.."
"내가 물어볼 테니 잠시만 기다려요. 이 친구는 올빼미 형이라 밤엔 잘 안 자요."
혼자 베란다로 나가 통화를 하다가 들어온 남 우는 심각한 낯으로 지옥에게 물었다.
"어떻게 알았어요? 명이가 산에서 없어졌다는데요.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고.."
"남편이 정신 없이 나가더라구요. 명이 건이라는 느낌이 오더라구요."
조금은 분한 마음으로 말하며 지옥은 나옥을 침실로 데리고 들어갔다.
# by | 2010/02/01 17:09 | 트랙백 | 덧글(0)



